전자음악 (Electroacoustic Music) 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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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같은 음악
오늘 스투닷컴 김세영님의 만화 갬블 (클릭) 에서 아래의 대사를 읽었습니다.

베르그송의 핵심적 시간 개념은 '순수지속' 입니다. 시간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믿고 있죠? 그러나 바슐라르는 '시간은 본질적으로 비연속적인 것' 이라고 주장하며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을 부정했습니다!
베르그송의 견해를 따르면 시간은 영화와 같은 것이 되고 바슐라르의 견해를 따르면 시간은 만화와 같은 것이 됩니다. 영화는 흘러가지만 만화는 흘러가지 않습니다! 영화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이라면, 만화는 단절된 시간들의 집합체입니다. 영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감상해야 하지만 만화는 정해진 시간이 없습니다. 만화에 있어서의 시간의 흐름을 조작하는 건 독자 자신, 바로 우리들인 것입니다.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을 따른다면 우리들은 영원히 시간의 노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바슐라르의 시간 개념을 따른다면 우리는 시간의 지배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1초에 10장의 카드를 외울 수 있다는 것! 1초에 열마디 대사를 할 수 있다는 것! 과학자와 수사관, 그리고 예술가, 특히 짧은 시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오늘 들은 강의를 깊이 새겨두기 바랍니다!
바슐라르의 말을 끝으로 오늘 강의 마치겠습니다. "수평적 시간에 묶여 있는 존재를 해방시키면,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된다. 그것은 수직으로 용솟음 친다!"

-출처: http://cartoon.stoo.com/gamble/html/gamble688.html


음악도 전통적으로 영화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예술장르 입니다. 그에 비해 조각과 회화와 같은 미술작품들은 만화와 같이 시간에 기본을 둔 예술장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시간의 흐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조각품 같은 음악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음악의 흐름을 만화책을 보듯 관중이 조절하고 이리저리 조작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설치음악, 또는 Sound Installation이라는 장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각품은 처음과 끝이 없습니다. 어떤 관람객은 한 조각품을 일초 보고 지나가겠지만 다른 사람은 그 같은 조각품을 한시간동안 볼 수도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설치음악의 창조자는 그의 작품의 길이에 통제가 없습니다. 관람객이 듣는 순간부터 곡은 시작되고 그가 걸어 나가 버리면 곡은 끝납니다.

하지만 조각품도 시간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애기들이 바라보기 좋아하는 모바일은 변하지 않는 형태를 언제 어떤 각도에거 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와 비슷한 이치로 설치음악도 시간이 무한으로 흘러가는 듯 하면서도 그 안의 소리들엔 무언가 공통점이 있고 주제가 있답니다. 결국 하나의 소리이지만 청중이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듣느냐에 따라서 곡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들은 이런 시간에 의존하는 미디어의 성격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듯 싶습니다. 텔레비젼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의존합니다. (만약 텔레비젼에서 그림 한장을 아무 변화 없이 한시간 동안 보여준다면 그 방송국은 망하겠죠?) 그런 텔레비젼 영상을 백남준 선생님은 몇십개 몇백개 씩 전시관 안으로 들여와 우리에게 "단절된 시간들의 집합체"를 보여 줍니다. 또한 자신의 영상을 비추는 티비를 무한히 바라보고 있는 불상을 보면 저는 박제된 시간을 보든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 시간의 흐름을 빼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순수음악 작곡가는 시간의 흐름을 조절합니다. 설치음악의 창조자는 관객에게 시작과 끝의 결정권을 줍니다.그렇다면 청중과 작곡가가 함께 시간의 흐름을 조절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는 있을까요? 이 질문의 해답은 재미있게도 또한 만화에서 찾을 수 있을듯 합니다. 풀빵닷컴의 성수기의 S 다이어리 (클릭)는 플래쉬를 이용하여 만화와 동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일기장'의 한 페이지에서 독자는 시간에 의존하는 동영상과 스토리를 보지만 그 동영상의 끝은 한장의 만화책처럼 표현됩니다. 그리고 그 동영상/페이지는 독자가 다음장을 넘길때 까지 이론상 '영원히' 지속 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인터넷과 플래쉬에 익숙한 우리는 이런 관중의 참가를 요구하는 예술 및 놀이를 알게 모르게 즐기는 듯 합니다. 백남준 선생님이 텔레비젼과 미디어에 대한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 주었듯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특이한 시점을 보여주는 예술가가 조만간 나올 듯 하지 않나요? (아니면 이미 나왔던가...)

만화 같은 음악... 수평적 시간에 묶여있지 않은 소리들... 이런 음악은 단순히 사람을 즐겁게 하는 소리가 아닌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한 사람의 사고와 태도를 바꾸는 역활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by joowon | 2006/03/18 00:03 | 연구와 역사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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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전자음악 알아보기 : [공부합.. at 2007/11/28 00:22

... 이쁘게 입힌 성수기의 S 다이어리를 보실 수 있어요. 성수기의 S 다이어리 보러가기 그리고 다음 링크는 제가 예전에 쓴 만화책같은 음악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만화책 같은 음악 분명 위의 두 편 외에도 만화책과 음악의 접목이 된 작품이 많을건데 저의 능력으론 도통 찾을 수가 없네요. 분명 누군가가 인터넷 어딘가에, 또는 자신의 하드 드라 ... more

Commented by aspirin at 2006/03/18 23:26
음 시간이 비연속적이라면 시간을 뛰어넘거나 거슬러갈수도 있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요?... 아 그건 그렇고 dj나... 흠 라이브같은 프로그램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수있지 않나요?
Commented by joowon at 2006/03/19 22:46
뭐... 물질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보단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비연속적 또는 연속적인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아스피린님의 질문에서 DJ나 라이브 같은 프로그램이 무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는 말인지요?
Commented by aspirin at 2006/03/19 23:15
라이브란 프로그램을 맛만봐서 뭐라고 부르는지 기억이 안나던데 그 색션인가 하는걸 선택할수있잖아요. 그러니까 보통음악이 녹음된 그 순서대로 흘러간다면 라이브같은건 그 패턴을 마음대로 조작할수있잖아요... 지식의 양이 작아서 그런지 말로 하기 어렵내요^^*.
Commented by aspirin at 2006/03/19 23:34
아 그리고 오늘 갑자기 스티브라이히가 듣고 싶어져서요 찾다가 봤는데... 보통 제가 생각한 전자음악공연과는 완전다르게 그냥 어쿠스틱하게 하더군요;; 어쨌든 듣다보니 스티브라이히가 현존하는 세계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란것도 어느정도 이해되더군요 ㅎㅎ 대중성과 결여된음악은 살아남기 힘든가 봅니다. 스티브라이히씨가 한말대로 지성만 강조된음악보다 스티브라이히처럼 지성과 본능이 균형을 맞춰야 되는군요 ㅎㅎ
Commented by joowon at 2006/03/20 12:09
라이히의 음악을 들으셨군요. 공연장에 가셨나요? 그는 초기에 전자음악을 썼으나 나중엔 어쿠스틱 위조로 쓴걸로 압니다. 그가 현존하는 세계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라는건 좀 듣는 사람에 따라서 거창한 말인듯 하지만 그래도 그의 영향은 엄청나지요 :-)
그리고 라이브는 제가 써 본 적이 없어서 대답을 하기 어렵습니다...
Commented by seunghye at 2006/03/20 15:06
라이브를 잠깐 사용해본 유저로서 슬쩍 덧붙이자면(^^), Live는 그 이름 자체가 암시하고 있듯이, 기존의 오디오 편집 기능 외에도 aspirin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외부 인풋이나 컨트롤을 통해 실시간으로 오디오 파일의 재생이나 변형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이 비교적 정교하고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추구하는 반면에 Live는 오디오 파일을 재료로 또 다른 방면의 활용도를 살린 프로그램인것 같아요. 저도 아직 제대로 활용해보지는 못했지만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krush at 2006/03/21 00:21
저도 라이브를 잠깐 써보고 요즘도 깨작대고 있는 유저(?)로 첨언하자면, seunghye님 말씀대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아직 컨트롤러도 없어서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가지고 놀지만 루프 몇개만 갖다 놓고 섞다보면 시간가는줄 모르겠더군요.
여기서 주원님께서 소개하신 몰드오버의 믹싱에서 라이브가 쓰이는 것을 봐도 그렇고 제품 이름도 그렇고, 역시 라이브는 '라이브'에서의 믹싱에서 가장 진가를 발휘할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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